성인을 위한 취미 발레 1 : 마음 먹기

성인을 위한 취미 발레 1 : 마음 먹기

어릴적 아름다운 발레리나를 동경하던 사람, 발레 공연을 보고는 발레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 발레리나들의 몸매를 보고 발레를 배우면 저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사람 등 “나도 발레를 한 번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나는 마르지 않았는데 무용복 같은거 어떻게 입지’, ‘나는 유연하지 않은데 할 수 있을까’ 하면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고는 ‘나는 가서 몸치짓만 할거야’ 라든지 ‘살 빼고 나면 / 스트레칭 열심히 해서 유연해지고 나면 배울거야’ 라면서 시작할 용기가 없는 것을 합리화하거나 기약없는 미래로 자신의 바람을 미룬다.

그러나 취미로 발레를 몇 년 배운 경험으로는 1) 춤 못 추는 사람이 배우기에 오히려 좋은 특성들을 가졌고 2) (살 빼는 것은 따로 노력을 더 들여야 되는 것 같지만) 군살을 근육으로 만들어 보기 좋게 만드는 건 발레를 통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3) 혼자서 스트레칭을 하겠다고 다짐하는 것보다 발레를 해서 움직이면서 유연해지는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은 발레가 몸에 좋다거나, 발레가 최고의 운동이라거나, 발레가 최고의 예술이라고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발레를 나도 한번 배워보고 싶은데 스스로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며 시도하지 못하고 있는 분들에게 그런 걱정은/핑계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전해드리고 싶은 글이다. 배우고 싶고 한 달 학원비를 마련할 여건이 된다면 전혀 걱정할 것 없다.

1. 춤 못 추는 몸치여도 된다.

나도 춤을 잘 추는 편이 아니고 발레 학원에 처음 등록했을 때는 지금보다도 더 몸도 움직일 줄 모르고, 방향 감각도 없고, 박자감도 없고, 순서도 잘 못 외웠다.

그런데도 발레를 계속 배울 수 있었던 것은 발레 클라스가 가진 규칙성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발레가 꽃피던 시절 발레를 위한 아카데미가 만들어졌는데, 그 때 체계적으로 가르치기 위해서 동작의 이름, 온갖 용어들이 정립되었고 교육법과 같은 것도 자리를 잡았다. 그 덕분에 세계 어느 곳을 가든 같은 용어를 사용하고 클라스의 순서, 방식들 또한 거의 같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클라스는 ‘바 워크(Barre work)’를 하고 난 뒤 ‘센터 워크(Center work)’를 한다. 그리고 바의 순서 안에서 동작의 범위는 점점 커지고, 센터의 순서 안에서도 동작이 점점 커진다. 그리고 바에서, 센터에서 한쪽 다리만 움직이는 탄듀, 데가제 등을 할 때에는 ‘앞으로-옆으로-뒤로-옆으로’ 또는 ‘앞으로-옆으로-뒤로’의 순서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몸 방향, 발 모양, 팔 모양, 99%의 동작들에 이름이 있고 그것들만을 사용하여 클라스 순서나 작품의 순서가 만들어진다.

따라서 내가 정말! 정말정말! 춤을 못추거나 순서를 외우는데 약해도, 몇 달 꾸준히 다니면 그 규칙성을 파악하게 되어 수업을 따라가는데 좌절을 느낄 정도의 수준은 벗어날 수 있다. 춤에 대한, 몸을 사용하는데 대한 아무런 감이 없거나 춤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상태라면 ‘삘’이 중요한 춤보다는 규칙과 몸을 사용하는 법칙이 확실히 정립되어 있는 쪽이 쉬울 수 있다. 물론 클라스가 아닌 작품에서는 발레 또한 그 ‘삘’이란 것이 중요하지만 그건 어느 정도 배우고 난 뒤의 이야기니까.

2. 발레리나 같은 몸매가 아니어도 괜찮다.

어차피 발레리나 같은 몸은 소수의 이야기이고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지 않다. 그 비율은 성인 발레 수업에서도 마찬가지이므로 발레학원에 간다고 더 뚱뚱한 축에 속하게 된다거나 하지 않는다. 그리고 뚱뚱하면 어떠하리! 몸매가 좋다고 반드시 잘 하는 것도 아니고, 몸매가 안 좋다고 반드시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내공이 쌓인 사람은 발레리나의 몸매가 아니어도 그 분위기나 자세에서 발레의 기운(?)이 느껴진다.

또, 살을 빼고 발레를 배워서 어느 수준에 도달하겠다고 계획하는 것 보다 발레를 배우면서 살도 빼고 몸을 만들어 가는 것이 발레와 몸매 두 가지 목표를 실현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앞의 계획은 살이 안 빠지면 발레는 손도 못 대보는 것이지만 두 번째의 경우는 발레를 시작해서 몸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살을 빼는데 도움이 될 것이므로 두 목표 모두 실천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사실 발레가 몸무게 감량에 좋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발레가 바른 근육, 예쁜 근육을 갖게 하는데는 좋고, 안 하는 것보다는 운동량이 많다는 것은 확실히 말 할 수 있다. — 그리고 물론 다들 아시겠지만 근육이 지방보다 부피가 작아서 근육량이 늘면 같은 무게로도 더 날씬해 보이게 된다. —

3. 유연하지 않아도 시작할 수 있다.

이것도 2번과 비슷한 이야기이다. 유연해지는 것 기다리다가 유연해지지도 못 하고 발레는 시작도 못 하는 경우가 태반일 것이다. 그러는 것보다 꾸준히 발레 수업을 들으면서 수업시간에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둘 다 잡을 수 있는 길이다.

웬만한 경우에는 ‘꾸준한’ 스트레칭을 통해서 보통의 사람들이 유연하다고 말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꾸준한’이 제일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에 혼자 스트레칭을 한다면 그 방법이 체계적이지 않아 효과가 적을 수도 있다.

다른 학원은 안 다녀봐서 잘 모르겠지만 내가 다니는 학원의 왕초급반은 바(barre)를 시작하기 전에 플로어 워크(Floor work)를 하고 바를 하는데 플로어에서 스트레칭과 몸풀기, 발레의 기초를 위한 훈련(?)같은 것을 한다. 이렇게 선생님과 함께 몸의 여러 곳을 골고루 스트레칭 하는 것은 혼자서 특정 스트레칭만 – 예를 들면 세로나 가로 다리 찢기 같은 것 – 하는 것보다 더 좋을 것이다.

======== 외국의 다양한 성인 취미 발레 학생들 ========

이전에 링크했던 영상이 사라져서 새로운 영상. 십대부터 할머니까지 모여서 수업을 듣는다! 몸이 안 따라주면 그 안에서라도 열심히 하고 즐길 수 있다. 특히 나이가 많은 경우에는 자신의 몸 상태를 스스로 잘 챙기면서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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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세 가지 이야기들보다는 등장 빈도가 적어보이는 걱정거리들, 핑계거리들이지만 흔히 볼 수 있는 얘기들에 대한 답변을 모아보았다.

1.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학원비 외의 비용은 충분히 줄일 수 있다.

돈이 많이 들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술을 전공하는 데는 돈이 많이 든다. 그러나 취미로 즐기려는 경우에는 자신이 원하는만큼 비용을 쓰면 되는 것이다. 몇 개월 하다보니 재미 있어서 오래 할 것 같고 이것저것 욕심이 난다면 좋은 용품을 살 수도 있고, 나는 아직 이게 나에게 맞는지도 모르겠고 투자할 의향이 없거나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경우에는 최대한 있는 것을 활용하고 필수적인 것만 살 수도 있다.

실제로 학원에서 보면 왕초급반의 경우 최소한의 발레용품들을 사용하여 복장을 준비한 사람들이 많고 단계가 올라갈수록 전문 발레용품을 사용하는 비율이 높아진다. 초급자의 경우 발레용품이 부끄럽기도 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에 비하여 비싸보여서 구입을 잘 안 하게 되는 것이고, 어느 정도 경력이 생기게 되면 전문용품들이 욕심이 나기도 하고 그것들의 장점도 느끼게 되어 구입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다.

복장과 비용에 대한 얘기는 나중에 따로 하겠지만 정말 최소로 발레슈즈만 구입한다면 15000원 정도로 복장을 준비할 수 있다.

2. 취미로 발레를 배우는 성인을 위한 수업을 개설하는 학원들이 많다.

이제는 성인 발레 학원이 많아졌는데 발레 학원을 어린 아이들이 많은 학원으로 생각하고 그 사이에서 수업을 듣는 것 아닌가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다. 아이들을 주로 가르치는 학원들도 있지만 ‘성인 발레’, ‘성인 취미 발레’라고 적어 놓은 학원이라면 성인들만 수강하는 반이 있는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요즘에는 성인 발레 수요가 늘어서 성인 수강반이 있는 곳이 많으므로 찾기 어렵지도 않다.

3. 아무도 당신이 얼마나 못 하는지 못났는지에 대해서 신경쓰지 않는다.

사람들은 남이 어떻게 볼지에 대해서 걱정을 하는데(몸치예요, 살쪘어요, 어디가 안 이뻐요 등등), 학원을 가 보면 알겠지만 자기 동작 챙기기에 바쁘고 수업 듣다보면 힘들어서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 자세히 볼 겨를이 없다. 참관인이 아니라면 자기가 얼마나 못하고 얼마나 몸매가 안 예쁜지 계속 지켜보지 않는다. 자신을 가장 많이 보게 될 사람은 선생님 밖에 없고 그건 좋은 것이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만약에 남들 볼 여유가 있는 사람이 있어서 당신을 또는 누군가를 유심히 보게 된다 해도 못한다고 욕하진 않을 것이다. 모두가 초보 시절을 거치고 그 때 얼마나 힘들었는지 얼마나 몸이 마음대로 안 됐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테니 말이다.

4. 다리알 걱정은 필요가 없다.

‘다리에 알이 생기면 어떡해요?’, ‘다리 못나지면 어떡해요?’ 하면서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건 여자에게 웨이트 트레이닝을 추천할 때 ‘근육이 울룩불룩 생기면 어떡해요?’ 하는 반응만큼이나 필요없는 질문이다. 답은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잘 하면 걱정할 거 없다’는 것이다. 구석구석 군살 사라지고 깔끔한 다리 라인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리고 솔직히 취미로 하는 경우 1주 수강 횟수가 많지도 않으니 정말 괜한 걱정이다.

참고로 발레에서 업(까치발)으로 많이 서는데 이때 최대한 높이, 최대한 엄지를 꺾어서 서야 종아리 근육이 위쪽으로 붙어서 예쁜 모양이 된다고 한다. 이럴 때 말 제대로 안 듣고 서는 듯 마는 듯 서면 우려하는 모양새에 가까워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발레를 시작해 보지도 않고 걱정만 하는 사람들의 걱정에 대한 답을 정리해 보았다. 자기가 배우고 싶으면 하면 되는 것이고 남의 눈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서로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발레는 보기에도 하기에도 즐거운 활동이다. 그 묘미를 알게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 🙂



4 thoughts on “성인을 위한 취미 발레 1 : 마음 먹기

  1. 아주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현재 저도 남자고 40대라 발레를 하고 싶은데도 뻘쭘하고 몸도 굳었다는 핑계로 미루고 있었는데 이글을 읽고 내일 당장 발레학원을 등록하고자 합니다.
    멋진 글 감사합니다. ^^

  2. 지니님의 이 포스트를 읽고 몇 년 동안 고민만 하고 하지 못했던 발레학원을 등록했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1. 실천하시는데 도움이 되었다니 뿌듯하네요 😄
      취향에 맞으시면 정말 즐거운 취미생활이 될거예요!! 😊

      1. 이제 6번의 발레수업을 들었는데 너무 즐겁고 재미나요. 왜 이제 시작했을까 후회될 정도로요^^
        다음 달 수업도 벌써 등록했답니다.
        오래 오래 해볼 생각이랍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멋진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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