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클라우즈 오브 실스 마리아> : 2014-12-28 21:40

영화 <클라우즈 오브 실스 마리아> : 2014-12-28 21:40

(영어버전 영상, 영상 링크 업데이트 2015-06-14)

(너무 오랫동안 임시글로 묵혀둬서 이제 기억도 안 날 지경이 되어가고 있다ㅠ)

젊은 시절 자기를 유명하게 만들었던 연극의 상대역을 리메이크 작에서 맡아달라는 요청을 수락한 뒤 겪는 일들을 보여주는 영화다. 내용은 시놉시스를 검색해보면 될 것 같은데 영화를 보고 나서 공식적으로 올라와있는 시놉시스를 봤더니 영화에 비해 수준떨어지게 표현해 놓은 것 같다. 많은 시놉시스들이 관심을 끌기 위해 그렇게 적혀있긴 하지만 ㅠㅠ

어느 정도까지 얘기하는게 스포일러인지 모르니 스포일러를 신경쓰지 않는 사람만 계속

위의 영상은 영화에 나오는 연극의 제목인 말로야 스네이크 Maloja Snake 이고 저 영상은 영화 속에서도 발췌되어 보여진다. 구름이 산과 산 사이를 뱀 지나가듯이 지나간다고 하여 이름이 저렇게 붙었다고 한다. 실제로는 매우 천천히 지나가는 듯 하여 직접 가봐도 저 영상 같은 모습은 볼 수 없겠지만 지나가는 모습도, 폭포처럼 구름이 흘러내리는 모습도 멋있어서 왠지 가보고 싶어졌다.

영화 내내 ‘연습하고 있는 연극’과 ‘발렌틴과 마리아’의 모습이 병치되는 것이 인상적이고 ‘조앤과 크리스의 관계’도 ‘마리아와 빌렘(? 맞나? 여하튼 죽은 그 작가)의 관계’를 연상시키는 등 같은 듯 다른 이야기를 같이 진행해 나갔다. 이런 구조가 나에게는 대위법을 떠올리게 했는데, 극 중의 한 지점과 그에 대응되는 현실의 관계를 보여주면서 각 이야기가 선율과 같이 독립적으로 진행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습하고 있는 극에 등장하는 ‘시그리드와 헬레나’와 ‘발렌틴과 마리아’는 사실 아주 비슷하지는 않다. 큰 줄기만 같을 뿐 매우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둘 사이에서의 표현만 먼저 보자면 극 중에서는 여-여 관계에 대한 판타지스러운, 3류 연애소설스러운(?) 표현이 등장하고 감정도 폭발적이라면, (영화 속에서의) 현실에서는 감정적인 대응이 (상대적으로) 적고 점점 적어진다. 둘의 관계에서 섹슈얼한 이미지 역시 없는 듯 있고, 있는 듯 없다. 그리고 둘의 관계 설정 역시 극 속에서는 헬레나가 시그리드에게 매우 의존적이고 시그리드가 떠나면서 무너지지만 마리아는 발렌틴에게 의존적임에도 불구하고 없어도 잘 산다!?! 그 경험으로부터 나름 교훈도 얻고.

리메이크 연극의 마지막에서 시그리드를 맡은 조앤이 ‘헬레나를 떠날 때 망설임 없이 퇴장할’거라고 하는 것은 발렌틴이 순식간에 사라졌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 점에서 영화 속의 현실과 리메이크 연극(또는 출간되지 못한 속편)과 오리지널 연극이 서로서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거대한 변주곡 같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의 평에는 마리아의 성장에 대한 얘기가 많았는데 나는 영화를 보고 있던 중에 그런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고 구조적인 재미가 더 크고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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