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발레하기

취미로 발레하기

모든 분야에는 취미로 하는 사람과 프로의 격차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발레는 그 격차가 매우 큰 분야라고 생각한다. 오죽하면 학원의 언니 중 한 분은 학원 공연이 끝난 뒤 자기 영상을 보고는 원장 선생님께 “발레는 왜 이렇게 어렵냐”, “발레는 오래해도 태가 안 난다”, “전공생 아니면 안 되는 것 같다” 등의 얘기를 하면서 우울해 했다. 나도 나 스스로를 보면서, 그리고 학원에 오래 다닌 분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 게다가 사실은 ‘취미’정도로 발레를 해서는 그럴싸해 보이는 결과를 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발레 학원은 아무래도 춤을 가르치는 학원이다보니 스포츠댄스 등 다른 것도 배우는 사람들이 많다. 그 분들이 얘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짧게는 몇 개월, 길어도 1년여 정도면 ‘나 요즘 춤 좀 배워’라고 할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도 다른 춤 장르는 ‘아마추어로써’ ‘그럴싸하게’ 보이는 정도의 결과물을 내기까지는 크게 오래 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발레는 웬만큼 해서는 태가 안 난다, 아니, 취미로는 아무리 해도 태가 안 난다. 처음 상태보다 지금이 나아졌더라도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상태가 되기까지 1년은 택도 없다, 3년도 5년도. 지금까지 본 사람들 안에서만 본다면, 학원에서 취미생답지 않게 좀 잘 한다 싶으신 분은 어릴 때 전공을 했던 분들이었다. 그리고 어떤 한 분은 어릴 때 전공을 했던 건 아닌 것 같지만 꽤 잘하시는데 지금 수업 듣는 양이 어마어마하다. 보통의 사람이 취미에 투자하는 시간보다는 엄청나다.

이건 순전히 나의 생각이지만 발레가 웬만해선 태가 안나는 것은 동작의 디테일이 동작의 품질을 가르는데 90% 이상을 차지하는데, 그 디테일은 웬만한 시간과 노력으로는 얻기 힘들기 때문인 것 같다. 특히 몸이 다 자란 성인은 말이다. 다른 분야들도 디테일의 차이가 능력의 차이이고 그것을 얻는 것은 매우 힘들다. 그러나 디테일 말고도 해야하는 것,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배우면 배운 티가 나고, 비전문가가 보기에 그럴싸해 보이는 것이 아닐까.

반면에 발레는 디테일이 빠지면 ‘아무’ 태가 안 난다. 발레에서 유명한 동작이나 자세 중 팔, 다리의 움직임 그 자체로는 별 것 아닌 경우들이 많다. 예를 들어 발레의 아라베스크 동작을 보면 ‘큰 그림을 봤을 때’는 다리를 뒤로 드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뒤로 든다고 그것이 아라베스크 같고 발레 사진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라인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일단 턴아웃이 되어야 하고, 당연히 포인도 되어야 한다.

문제는 턴아웃과 포인, 이 두 개를 완벽하게 하면 발레 동작 무엇을 해도 90%는 먹고 들어가는데, 보통은 한 번 하는 건 할 수 있으나 동작을 하는 동안 계속 유지하기가 힘들다. 턴아웃은 한 번 제대로 하기도 힘들다. 선생님들을 보면 턴아웃과 포인이 기본으로 갖추어져 있긴 때문에 에튀튜드나 아라베스크를 낮게 들어도 예쁘다.

턴아웃과 포인이 가장 큰 장벽이라면 다리 곧게 펴기는 그 다음 장벽인 것 같다. 다리를 들든, 서 있든 다리가 구부러져있지 않고 곧아야 되는데, 많은 경우 힘이 충분하지 않아서 곧게 펴져있지 않다.

이런 것들이 안 되면 아무리 동작 종류를 많이 배운들 아무 소용이 없다… 동작은 많이 아는데 제대로 하는 것은 하나도 없는 상태가 된다. 여기에서 성인 취미 발레 수업에 대한 학원의 태도가 드러난다. 어차피 지금 기초를 충분하게 쌓는 것은 힘들고, 가능하다 하더라도 수업을 기초 위주로만 하면 지루해 하며 그만 둘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동작의 디테일을 일일이 따지느니 다이나믹한 동작도 많이 섞고, ‘춤’을 배운다는 느낌이 들도록 구성하는 곳이 있다. 반면에 좀 더 정확한 동작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는 곳도 있다.

후자의 쪽에 다니는 것이 버릇을 잘못 들여 고치는 고생을 하는 것보다 낫겠지만, 후자와 같은 곳도 성인반을 전공반과 같은 수준으로 푸시하지는 않기 때문에 여전히 성인 취미 발레의 한계는 있다. 그런데 이 점은 본인이 개인레슨을 엄청 빡세게 받지 않는 이상 극복될 수 없는 한계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예술 분야를 취미로 하는 경우 항상 있는 한계인 것 같기도 하다. 다만 그 결과가 초보처럼 보이느냐, 어린이 학예회 수준으로 보이느냐가 문제이다…

나의 경우에는 원래 발레를 좋아하기도 하고, 뭔가 체계적으로 신체 능력을 계발하는 느낌도 들어서 (음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수도 있지만, 그건 취향이 아니라) 이런 보람이 크지 않은(?) 취미도 오래하고 있지만 여러모로 사람들에게 권하기가 쉽지 않은 활동임에는 분명하다. 수년을 배우고 영상을 찍어서 나의 모습을 보았는데 총체적 난국일 때의 허무함이란ㅠㅠ 그래도 뭐랄까, 조금씩 늘더라도 갈 길이 너무 멀어서 오래하게 되는 점도 있다. ‘이 정도 배웠으니 그만하고 이번엔 딴 거 배워봐야지’하는 생각이 영원히 들 수가 없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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