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플래쉬> : 2015-03-23 21:30

영화 <위플래쉬> : 2015-03-23 21:30

(적어 놓고 얼마나 꿍쳐뒀다가 이제 올리는 건지 ㅠ)

화제의 위플래쉬를 보았다. 몇몇 영화평에서 자기계발의 노력에 대한 영화로 받아들일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고 하던데 나는 이 영화를 어떻게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그렇게 긍정적으로 보기에는 이 영화에는 광기가 흘러 넘치고 그것이 긍정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피를 흘리면서까지 연습하고 무대에 서고, 온갖 욕이란 욕은 다 퍼부으며 연습을 시킨다. 이건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아니라 단 하나의 맹목적인 목표를 위해 스스로를 학대하는 것이고 제자를 학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둘은 최고의 연주, 최고의 연주자라는 목표 아래 어떤 암묵적인 합의를 가지고 몰아치고, 몰아붙여지는 파트너로써 역할한다.

그래서 이 둘은 서로의 역할과 공동의 목표를 성취했을 때의 마약과도 같은 희열만이 유일한 연결 고리인 것처럼 보인다. 그 외의 관계는 저 둘이 왜 저러고도 계속 함께 하나 싶을 정도로 비틀어져 있다. 제자랍시고 불러놓곤 뒤통수를 치더니 뒤통수를 맞은 제자도 만만찮게 복수를 한다. 그런데도 연주 후에는 또 둘 사이가 좋아진 것일까 생각하게 만드는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나는 이 표정은 단지 서로가 목표했던 것에 다다랐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 외의 관계는 마찬가지이겠지. 애초에 둘의 관계의 본질 자체가 사이가 좋으면 안 되는 관계이다.

이런 비정상적 관계가 지속되고, 지속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둘 다 보람, 뿌듯함을 넘어서는 마약과도 같은 느낌을 받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특히 주인공 남자 학생(이름이 뭐더라 벌써 기억이…)의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순간순간 웃는 모습은 정말 마약한 사람 같아서 섬짓했다. 그리고 아마 마약 중독자가 그것을 끊기 힘들고 점점 망가져 가듯이 이 주인공도 플레쳐 교수의 죽은 제자처럼 자살로 생을 마감하지 않을까. 

나에게는 이 영화가 인간 또는 예술에 존재하는 자학적인 광기에 대한 영화로 느껴진다. 예술이든 무엇이든간에 어떤 성취 대상이 줄 언젠가의 기쁨을 위해 자기 스스로를 파먹어가며 심취하는 그런 광기 말이다. 물론 목표를 설정하고 노력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힘듦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것이지만, 이 힘듦이 정도를 넘어서 정말 실재하는 고통으로 다가오는데도 그것을 ‘스스로’ ‘즐긴’다는 것은 정상적 심리 상태는 아니고 권장할만한 심리 상태 또한 아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런 상태가 자연스럽지 않아 보이면서도 인간의 본능 어딘가에 원래부터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영화에서처럼 강렬하게 발현되지는 않지만 나의 성향 어딘가에도 비슷한 것이 있을 것이다. 이 영화의 좋은 점은 그런 곳에 있는 것 같다. 인간에게 공통적으로 내재되어 있지만 눈에 띄지 않는 어떤 측면을 극단적인 케이스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

대학에서 연극을 했던 어떤 분은 실제로 저렇게 한다면서 욕은 기본이고, “빨라-늦어-빨라-늦어-빨랐어?늦었어?!” 같은 걸 몇 시간을 하는데 몇 시간 그러고 나면 정말 느껴진다고. 그러면서 저렇게 하는게 이해가 된다고 하더라.

물론 학생이 체득할 때까지 가르치는 건 대단한 일이지만 그것이 이런 폭압적인 환경에서만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특히 상대의 정서적, 정신적인 측면을 먼저 때려부수고 시작하는 방식은 결국은 상대의 정신력이 먼저 무너지는 비극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큰 폭력은 언어폭력이고 정서적인 폭력인데 그런 점에서 나는 보는 내내 욕이 심해서 듣고 있기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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