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을 위한 취미 발레 5 : 학원 고르기 (2) 발레 vs. 발레핏

성인을 위한 취미 발레 5 : 학원 고르기 (2) 발레 vs. 발레핏

취미 발레가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발레 학원 시장에 많은 파생상품(?)들이 생겨나고 있다. 발레 자체를 좋아하는 취미발레인으로서는 이런 신문물이 그렇게 달갑지 않은 것이 사실인데(꼰대 마인드인가…ㅠ) 이번에는 이런 트렌드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고 싶다. 다만 내가 발레핏 수업을 직접 들어본 것은 아니고 각종 홍보글, 사진, 영상 등을 통해 접한 정보라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다.

먼저, 발레핏은 발레와 어떻게 다를까.

내가 이해하는 발레핏과 발레의 차이는 이렇다. 매우 단순화시켜서 발레에서 근육 A에 자극을 주는 a 동작과 근육 B에 자극을 주는 b 동작, 근육 C에 자극을 주는 c 동작이 있다면 보통은 a, b, c가 다양하게 조합되어 더 큰 단위의 발레동작 X가 된다. 여기에서 발레핏은 a만 뽑아서 n1번씩 m1세트, b만 뽑아서 n2번씩 m2세트, c만 뽑아서 n3번씩 m3번씩과 같이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하는 방식에 가깝게 이루어진다. 그게 미국 스타일(?)처럼 ‘으쌰으쌰’하는 에어로빅스럽기도 한 분위기일 수도 있고, 좀 더 발레수업의 플로어워크와 비슷한 분위기일 수도 있다. 좀 더 운동스러운 방향으로 가면 바를 그냥 운동도구의 하나처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이렇게 발레에서 xx를 예뻐지게 하는 동작들의 집합으로 운동에 가깝게 (이름도 ‘핏’이니까) 시작한 것 같은데, 우리나라의 각종 발레+{뷰티, 슬림, 에스, 핏, …} 파생상품들은 딱히 저런 느낌이 아닌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그냥 발레 기초반의 플로어워크 같은 것을 하면서 발레xx, yy발레라고 부르는 것도 있고 발레 기초반 커리큘럼을 적당히 모아놓고 zz발레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아니면 그냥 매트 필라테스를 발레스튜디오에서 하는 것 같은데 발레aa로 이름붙이기도 한다. 😓

이 수많은 발레핏 계열의 공통점은 클래식 발레가 목표가 아니고 발레리나의 몸매, 발레리나의 근육이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성인의 입장에서 발레란 접근하기 힘든 큰 장벽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올라가기보다는 발레리나의 몸에 큰 기여를 했을 것으로 여겨지는 동작들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수업을 듣는 것이 좋을까?

발레 수업과 발레핏 수업 중에 고민이라면 먼저 목적을 확실히 해야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내가 ‘발레’를 배우고 싶은 것이라면 고민의 여지가 없이 발레 수업을 들어야한다. 이것은 너무나도 명확한데, 클래식 발레를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목적이면 절대 발레에다 핏, 슬림, 뷰티, … 같은 단어를 붙여서 학원 이름을 짓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딱히 발레라는 춤 장르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고 운동이나 몸매 관리를 하고 싶은 것이라면 발레핏을 고려해볼만도 하다. 다만 운동이나 다이어트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발레핏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발레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후기를 보면 ‘다른 운동은 다 얼마 안 하고 그만 두었는데 발레는 재밌어요’ 라는 얘기가 자주 올라온다. 발레 자체는 춤이고 스포츠가 아니지만 운동 효과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운동으로 접근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다른 운동을 오래 못하던 사람이 발레는 계속하게 된다는 것은 결국 다른 스포츠와는 확실히 다른 특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헬스장에서의 운동은 순수하게 근육을 단련한다는 목적에 크게 공감이 되지 않는 사람이 오래 하기는 힘들 것이고, 이기고 지는 게임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은 테니스 등의 스포츠를 오래 하기 힘들 것이다. 발레는 근육 단련 자체가 목표도 아니고 게임이 목표도 아닌,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것을 최종 목표로 짜여진 커리큘럼이기에 그동안 운동을 꾸준하게 하는데 실패했던 사람에게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운동, 저 운동 해봐도 오래 못가고, 발레에 조금은 관심이 있고, 저것도 운동이 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발레에 접근하는 사람이라면 춤보다 운동에 더 가까워진 발레핏이 얼마나 다른 결과를 줄지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요가나 필라테스 같은 것이 안 맞았던 사람이라면 발레핏도 크게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아래에서도 얘기하겠지만 지금의 발레핏이란 너무 제각각이라 어떤 건 거의 발레에 가깝고 요가, 필라테스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일 수도 있다…

‘나에게 맞는 운동 탐색’ 측면 외에 개인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는 이유는 발레핏의 뷰티(-_-)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돈이 모이는 곳에서 생겨나는 온갖 부정적 양상이 이곳에서도 포착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부정적 양상이란 첫째는 넘쳐나는 나만의 커리큘럼이고 둘째는 자격증 장사이다. 두번째는 조만간 검증되지 않은 강사들을 만들어 낼 가능성을 만들고 있다.

그동안 보아 온 aa발레xx의 이름을 가진 수업을 보면 어떤 공통된 커리큘럼이랄게 보이지 않고 커리큘럼의 근본(?)을 알 수가 없다. 그냥 창시자(?) 또는 강사가 적절히 구성하는 것 같은데, 보통은 발레 전공일 뿐이서 과연 이름과 같이 피트니스적으로 전문지식을 가지고 구성하였는지 알기가 힘들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서 커리큘럼을 다양한 측면에서 고려한 신뢰할만한 커리큘럼이어도 세상에 처음 등장하면 선뜻 신뢰가 가지 않을텐데, 그 정도의 설득이 될만한 자료도 없고 새로운 장르를 고안할 정도의 실력자인지 자료조차 없으니 이것이 과연 발레도 필라테스도 아닌 새로운 이름을 가질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의구심이 먼저 든다. 나중에 언젠가는 이 난립하는 무슨무슨발레, 발레뭐뭐뭐 이런 곳들이 다같이 모여서 좀 정리를 하고 신뢰도를 쌓기 위해 기반을 마련할지 모르겠으나 당장의 상태는 새로운 장르의 너무 초기라 각자 자기가 좋아 보이는 걸 한다는 인상이 강하다. 게다가 사실상 그냥 ‘발레’나 그냥 ‘핏’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하는 곳들도 많다.

이렇게 커리큘럼이 난립하고 모두가 하나하나의 창시자가 되는 상태에서 생기는 자격증이라거나 지도자코스 같은 것은 결국 개인이 발급하는 것에 불과한 것인데, 여기저기 기웃거린 바에 의하면 그런것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자격증이라거나 지도자과정 같은 것은 보통 신뢰할만한 단체에서 하는 것이 의미가 있지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뭘 믿고 큰돈을 내고 그런 것을 듣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장사가 된다…😥

그리고 발레를 배워본 사람은 알겠지만 아무리 잘하는 비전공자여도 전공자와는 하늘과 땅만큼의 간극이 있는데… 비전공자가 몇 회 수업 듣고 지도자 무슨 타이틀을 따서 발레 선생님 비슷한 흉내를 낸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아무리 클래식 발레가 아니지만 발레에 근간을 둔 장르라면 적어도 발레는 제대로 알아야 그걸 응용한 무언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비전공자가 저런 코스를 등록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은 양심이 없는 행동이다. 수업을 하는 사람도 이 사람이 이걸 듣는다고 지도자가 될리 만무하고, 그 상태로 다른 사람을 가르치면 야매 선생님으로 창피나 당할 것이란 걸 알텐데 이해할 수가 없는 행동이다. 아무리 많아도 수십 시간에 불과할 것 같은 코스만으로 몸을 쓰는 것을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전공자가 아니라면 본인 몸도 감당하지 못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발레핏의 강사 이력을 확인한다면 발레 관련 이력과 필라테스든 요가든 피트니스든 다른 운동 관련 이력이 있는지 확인할 것 같다. 다만 이 둘을 만족시키는 경우는 많지 않을 수 있는데 그러면 발레 이력을 우선시 하면 될 것 같다. 어쨌건 ‘발레’가 들어간 것을 찾는다는건 필라테스를 들으려는게 아니라 발레스러운 것을 해보고 싶은 것일테니 말이다.

결국 발레핏의 한계는 체계가 정립되지 않은 신생 장르라는 데서 오는 것 같다. 그리고 이론적 배경이 있는 것을 상업화시킨 것이 아니라 어떤 발레 학원, 어떤 피트니스 센터, 또는 어떤 개인으로부터 시장 확대의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졌다는데서 희미한 정체성은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것도 발레핏이라 하고 저것도 발레핏이라 하니, 이 장르에서 가르치는 목표가 불분명하고 이 커리큘럼이 적절한 것인지 불분명하고 이 교육자가 충분한 지식을 가진 사람인지 확인할 기준이 애매해진다. 그리고 내가 찾은 각종 발레핏의 공통점은 ‘난이도 낮은 발레 – 턴아웃에 대한 강조 + 근력 운동’ 정도인데 이것만으로는 발레 기초반이 아닌 발레핏을 들을 유인이 부족해 보인다… 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발레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많이 듣고 있다.

무용계 관계자도 아니면서 정말 꼰대스럽게 얘기했지만… 사실 이 모든게 그냥 가볍게 운동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뭐든 안 하는 것보다는 효과가 있을테니까 말이다. 다만 발레핏이 뭔가 새로운 특별한 것처럼 광고를 하기 때문에 너무 거기에 혹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원래 발레 학원의 제일 기초반에서도 매트에서 발레에 필요한 스트레칭, 근력운동을 하는데 그것을 적당히 새로운 커리큘럼처럼 포장해 놓은 곳도 있고, 발레 음악을 틀어 놓고 발레스러운 팔과 약간 발레스러운 동작을 섞은 필라테스를 하는 곳도 있다. 발레에서 살짝 발레스러운 것을 빼거나 필라테스에 살짝 발레스러운 것을 넣는다고 원래의 것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포인트이다. 다만 그런 것이 사람들의 마음의 장벽을 낮춰서 사람들이 많이 오고 그래서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는게 차이일 뿐이다.

세줄 요약을 하자면

1) 발레 자체에 관심이 있으면 발레 학원으로.
2) 요가나 필라테스가 취향에 맞지 않아서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이라면 발레학원으로.
3) 요가, 필라테스 등과 함께 고민하고 있는 것이라면 개인적으로 더 흥미가 가고 재미있어 보이는 곳으로. 다만 강사의 전문성 확인은 필수.

나에게 왜 이렇게 비호감이 되었는지 지극히 개인적이 이유를 요약하면

1) 별다를 것도 없는데 장사 잘 될 법한 이름을 붙임.
2) 여성들의 다이어트 욕구로 번성함. (그런 의미에서 부적절한 다이어트 문구를 사용하면서 홍보하는 발레 학원도 싫어한다.)
3) 자격증 장사. 돈이란 저렇게 버는거구나 하는 깊은 깨달음(…).

너무 나의 부정적 견해를 얘기해서 발레핏 하는데서 뭐라고 하지나 않을지 보는 사람도 몇 없는 블로그에서 혼자 걱정 중이다 ㅋㅋ 막상 까려니 쓰는데 너무 오래 걸려서 처음 작성한지 거의 한달이 다 되어 가는 시점에 포스팅을 한다. 너무 누덕누덕 고쳐서 연결이 이상할 수도 있지만 슬슬 이 얘기 계속 쓰기가 지겨워져서 그냥 발행을 한다. 학원에서 발레 좀 오래 한 사람들이 발레무슨무슨핏 같은 것에 대해 평하는 걸 보면 다 부정적인데 검색해 보면 수강생들이 많은 것이 참 신기하다. 발레 수업을 들어봤거나 발레를 좀 아는 사람은 듣지 않고 굳이 추천할 이유를 찾을 수 없고, 발레 문외한들이 주로 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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