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발레에서 유연성과 턴아웃

취미발레에서 유연성과 턴아웃

자주 가는 모 카페에 올라오는 글들 중에 참 많은 것이 취미로 시작한지 몇개월째인데 유연성은 언제 좋아질까요, 턴아웃은 언제 좋아질까요 등등이다. 사실 유연성은 노력으로 어느정도는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턴아웃은… ㅎㅎ 애초에 기대를 크게 하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도, 신체적 건강에도 좋다고 생각한다. 턴아웃도 어느 정도는 개선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보통은 개선의 정도가 극적이지 않다.

유연성은 턴아웃 대비 노력에 의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것 또한 타고나는 부분이 있는 것이라 타고 나길 유연하지 않은 사람은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매일 매일의 노력이 든다고 한다. 무용수의 인터뷰 같은 것을 봐도 어떤 사람은 도착해서 바로 해도 쭉쭉 늘어나고, 어떤 사람은 미리 도착해서 웜업하고 스트레칭을 하지 않으면 유연한 상태로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것은 일이십년 넘게 거의 매일 무용을 하고 무용으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평범한 사람들 안에도 애초에 유연한 사람과 애초에 유연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 나는 원래도 유연한 편이었고 발레를 하면서 더 좋아졌는데도 불구하고 발 수술한 뒤에 일년 쯤 쉬었더니 완전 다 줄어들었고 스트레칭에 일부러 공을 들이는 스타일도 아니라 여전히 예전만하지 못하다. 그만큼 유연성이란 것은 한번 늘려 놓는다고 그대로 유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유지를 하는 것조차도 노력이 드는 것이다.

그런 부분을 향상시키려고 한다면 적어도 유지하려는 노력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달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를 수 밖에 없다. 개개인이 타고 난 것도 다르지만 수십년간 해온 움직임의 반경도 다르기 때문에 남들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누군가는 평생 걷는 것 말고는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온갖 댄스를 섭렵하며 살아왔을 수도 있다. 그래서 과거를 전혀 모르는 남들과 비교하는 것은 정신건강에 좋을게 전혀 없다 ㅎㅎ 오히려 내가 짧게는 십수년 길게는 몇십년 동안 사용하던 신체의 범위를 바꾸는 것은 어려운 것이 당연한 것이고 잘 안되는게 당연한 것이다. 머리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도 힘든데 이미 한 방향으로만 발달한 신체를 물리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은 갑자기 강도를 세게한다고 바로 효과를 보는 것이 아니다. 말랑말랑한 고무공은 세게 눌러도 형태만 변할 뿐 망가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딱딱한 플라스틱 공은 세게 누르면 형태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깨진다. 사람의 근육도 마찬가지라 유연성의 정도가 5인 신체를 힘을 뽝(!) 가해서 10으로 만들려고 하면 근육이 찢어질 뿐 아무 도움이 안된다… 5에서 6으로, 6에서 7로 하나씩 올라가도 충분하다. 어차피 나 좋자고 취미로 하는 것인데 무리하면서 다칠 이유도 없고, 바로 코앞에 입시를 준비하는 것도 아닌데 빨리 달성해야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ㅎㅎ

하지만 유연성을 천천히 한단계씩 향상시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 것이 현실이다. 엄청 뻣뻣한 분들에 비하면 나는 훨씬 유리한 상태에서 시작했지만 중간중간 쉬었다 다시 시작할 때 몸을 복구(?)시키던 것을 생각하면, 그리고 지금의 상태를 생각하면 스트레칭은 고통이다…ㅠㅋㅋ 유연성을 늘리는데에 고통이 따르지 않을 수는 없다. 그래서 쉽게 다치는 것이기도 한 것 같다. 잘 모르는 입장에서는 이게 원래 겪어야하는 아픔인지 다쳐서 아픈 것인지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나마 안전한 방법은 자신의 최댓값에서 1cm 더, 아파서 부들부들거리고 못견딜 것 같은 상태에서 10초만 더, 같은 방식으로 한계에서 ‘눈꼽만큼씩 더’ 한다고 생각하면 언젠가는 늘어있다.

그나마 유연성이 희망이 있는 얘기였다면 턴아웃은 큰 희망을 가지면 본인만 스트레스를 받을 뿐이다ㅠㅠㅋㅋ 한 가지 확실히 해야하는 것은 턴아웃은 인간이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달성할 수 있는 동작이 아니라는 것이다. 애초에 되는 것이 이상한(?) 것이다 ㅋㅋ 괜히 현대무용이 턴아웃과 포인을 거부하면서 생겨난 것이 아니다.

완벽한 180도 턴아웃이라는 것은 전공생도 쉽게 이루기 힘든 것이고 모든 전공생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턴아웃이 ‘완벽’하지 않은 전공생은 노력은 적게 한 것도 아닐 것이고 매우 노력했음에도 신체적 한계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전공생에게도 힘든 것이라면 고작 일주일에 2, 3시간, 아무리 많아도 10시간 이하로 하는 일반인이 이미 다 자란 몸으로 이루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ㅎㅎ

어릴 때 한 번도 하지 않고, 성인 되어서 처음으로 했는데 1번 발이 ㅡ ㅡ 일자로, 5번 발이 == 평행하게 된다면 그것은 발레에서 매우 축복받은 고관절을 타고난 것이다. 하지만 정지 상태에서 턴아웃이 되는 것도 절반만 이룬 것이다 ㅎㅎ 온갖 동작을 하면서도 턴아웃을 유지하려면 턴아웃을 유지할 수 있는 근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성인 중에 바 워크에서는 웬만큼 턴아웃이 되던 사람도 센터 워크를 하면 도로묵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최대 턴아웃 각도가 작은 사람도 턴아웃을 위한 힘을 키우고 정확하게 연습한다면 오히려 센터에서는 더 나아 보일 수도 있다. 턴아웃의 최댓값을 억지로 늘리려고 하는 것보다는 되는 턴아웃이라도 다 활용할 수 있게 노력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목표인 것 같다. 물론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최댓값을 늘릴 수 있지만 어차피 동작을 하면서 유지할 힘이 없다면 활용을 할 수가 없다.

여하튼 나는 턴아웃을 몇 개월 하면, 1~2년 하면 할 수 있는 것처럼 여기는 질문에, 지금보다 향상될 수는 있지만 발레리나 같은 턴아웃을 바란다면 그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는데 차마 할 수가 없었다 ㅠㅋㅋ 그래서 혼자 이렇게 주절주절 쓰고 있다 ㅋㅋ

결국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잘 안되는 것이 당연한 것을 단기간에 달성하려는 것은 몸을 다치게 하거나 슬럼프에 빠지게 한다는 것이다. 물방울로 돌을 뚫는 느낌으로(?) 하는 것을 추천하다 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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